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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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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Number :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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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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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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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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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생각했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세상의 삶은 어떠한 경험보다 소중한 것이다. 심지어 시간안의 종교적 표현은 이러한 삶에 대한 지지와 소중함의 각성을 향한 것들이다. 세상 가운데 억울한 죽음을 경험하는 것이 지옥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가 지옥인가. 이러한 세상의 지옥을 나몰라라 하면서 천국의 티켓을 따러 세상을 외면하는 종교적 언설과 그 심성은 얼마나 반신앙적이고 반기독교적인 것인가."
그렇다. 우리가 세상 안에 있기에 세상에 대한 긍정과 세상에 대한 소중한 가치, 생명에 대한 깊은 종교적 배려는 어느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러나 이러한 '세상에 대한 긍정'으로 인하여 우리는 죽음을 통하여 겪게 되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의미를 과소평가하거나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는 꼭 지혜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세상의 시간개념을 가지고 우리의 죽음 이후의 세상을 측량하거나 헤아릴 수 없다. 우리의 죽음 이후의 천국과 지옥이라는 시공간, 그리고 심판과 재림 이전의 깊은 잠을 우리의 시간개념으로 쉽사리 진단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 세계는 전혀 질적으로 다른 세계이기에 겸허하게 하느님의 신비와 경륜 앞에 머리숙이는 태도가 더욱 더 우리의 합리성에 근거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수십억년의 역사를 몸에 품고 태어난 우리의 동기와 이유와 모든 근거를 우리는 다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수십억년의 역사로 인해 존재하는 우리의 생명이 소진되고 다시 새로운 차원의 세계의 여행을 할 때 그 생명이 무엇을 경험하게 될 지도 다 알 수 없다. 모든 우리의 예측과 상상은 지금 이 시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것들이기에 결코 온전한 것일 수 없으며, 오히려 대단히 제한적이기 까지 하다.
우리는 살아있을 때 삶을 기뻐하고 축복하면서 의미있게 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의 삶은 너무나 짧다. 온전히 사랑하고, 온전히 희생하며, 온전히 나와 타인을 돌보기에 우리의 생은 너무나 짧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몸과 마음이 해체되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정을 준비하기 전까지에는 이 순간의 모든 경험에 충실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세상의 최고의 가치이자, 죽음 저편에서도 최고의 가치로 믿는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 사랑을 실현하여 천국에 갈 지, 사랑을 실현하지 못하고 타인을 배반한 댓가로 지옥에 갈 지, 죽음이후의 세계에 관련한 인과성은 전혀 알 길이 없다. 단지 세상에서 의미있는 땀을 흘린 삶이 하늘에서 하느님의 품에 온전히 거하길 바라고, 세상에서 타인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삶은 하늘에서 마땅한 심판을 받길 바라는게 인지상정에 기반한 소망일 뿐일런지도 모른다. 되도록이면 모두가 더욱 더 투명하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기억할 수 있는 천국의 깊은 교감과 나눔의 신비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지만 말이다.
누가 무어라 하여도 우리의 살아있음과 생에 대한 긍정, 그리고 죽음 저편의,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소망, 그리고 우리 생명들과 인연들이 모두 따뜻하게 한자리에 모여 살뜰한 나눔을 갖을 수 있는 부활에 대한 열망, 이는 우리가 마음속에서 조화롭게 겸비해야 할 삶, 죽음, 부활에 관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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