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구스타프 융을 독일에서 다시 만나다. 위대한 무당, 위대한 샤만의 책들을 부분적으로만 접하다, 며칠 전 Walter 사의 전집을 구입했다. 내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융 전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천유로가 넘는 양장본 Gebundene Ausgabe라면 튼튼하게 넘겨줄 수 있었겠지만, 내가 구입한 저 24권짜리 Gesammelte Werke 01 - 20. Ungekürzte Sonderausgabe 가 몇 십년 후 대를 이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이번 융 전집의 구입으로 인해, 프로이트와 에릭프롬 전집에 이어 그들의 사상을 탐독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심리학 저서를 탐독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상의 이해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의 직간접적인 경험이 어느 독서와는 달리 필요하다. 즉 심리학에 관련한 독서는 저자와 독자의 경험의 공유이지, 일반적인 정보와 지식의 습득만은 아닌 듯 하다. 사실 융과 같은 샤먼은 그의 모든 신묘한 경험을 부단히도 성실하게 글로 남겼지만, 그것을 독자들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그리고 꼭 모두 이해할 필요가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하고 있는 듯 하다. 영혼의 문제를 끊임없이 탐구한 칼 구스타프 융, 내 모든 삶을 아낌없이 걸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그의 사상을 가까이 만나고 호흡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대단히 행복한 행운일 것이다. 사실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경험이다. 책을 구입하고 가슴이 뛴 다는 것은... 그러나 그만큼 칼 구스타프 융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와, 그 기대를 넘어서서 나에게 보여준 그의 가르침은 언제나 한 점의 실망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평생 녹녹하게 익혀야 할 현자의 지혜로서 칼 구스타프 융의 목소리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