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남을 착취해야만 자신이 이익을 얻게 되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존재한다. 그 불가피한 경우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착취하는 문화가 야만의 문화이다.
그러나 세상은 나의 이익이 남에 대한 착취에서만 꼭 주워지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의 이익보다 타인과 약자를 먼저 배려할 수 있는가' 고민하는 문화가 인류가 좌절하지 않고 거쳐 지켜온 소중한 문명이라고 불리울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살인자 부시를 그의 대통령으로 세움으로서 얼마나 문명과는 거리가 먼 수준의 국가인지를 아주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나 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시민의식과 정치의식, 그리고 문명의 척도가 얼마나 거품 속에서 과대평가 되었는지를 확인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생각하였다.
그런데 자국의 정치적 시민적 이기성과 야만의 척도가 낮다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자국 혹은 권력자의 이익을 위하여 타인과 다른 민족을 무참하게 공격하고 착취하는 냉혹한 오늘날의 현실이 문제이다. 팔루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만적인 폭격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간다.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전쟁과 폭력으로 인해서 사람이 희생당하는 것은, 같은 인간으로서 무엇으로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동정을 요구하는 가장 절박한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도, 살아서 죽음을 보는 사람도 말이다. 그 피가 흐르고 몸뚱아리가 잘려나가는 그 야만의 불야성이 21세기인 이 오늘 이렇게 엄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아직 체감하고 있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오늘 지금 이 현실이다. 여기에서 몇 백 키로미터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의 처참한 현실이다.
정치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 다 좋다. 그것이 미국이든 어디서이든 말이다. 그러나 그 이익을 위해서 남의 일부를 착취하는 것을 떠나서 생명을 빼앗는 것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분노와 절규 이외에 무엇이 있을까. 내 사랑하는 자식과 부모가 죽어나는 포화의 현장에서 나는 국가적 정치적 역학을 고려할 냉철하고 과학적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냉철함과 과학이 얼마나 우리 인류에게 쓸 모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부시의 사랑하는 두 딸이 이라크에, 그리고 팔루자에 있었다면 그는 지금과 같은 일들을 용기있게 해낼 수 있을까? 진정 정치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위해서? 도대체 자신의 자식과 같은, 같은 눈과 코와 귀를 달고 있는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그 큰 이익이라는게 무엇이란 말인가.
21세기의 가장 끔찍한 야만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미국과 자랑스러운 그들의 대통령에서 몇 주전에 보았던 몰락Der Untergang이라는 영화의 이미지들이 겹쳐 보인다. 그들의 몰락을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문명과 야만을 인간이 잡아내지 못하는 큰 흐름으로 갈라내고 정화해내는 역사의 냉엄한 원리 속에서 그들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적 몰락이 이루어지기를 맡길 뿐이다.
야만의 제국,
미국과 부시가 흩뿌리는 살인의 피냄새를
우리는 언제까지 맡으면서 살아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