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백자평 첫 글의 주인공이기도 하였던, 미셀 프리드만이 다시 귀환을 한다. 그는 독일국적을 지닌 유대인이며 정치평론가이자 독특한 개성을 지닌 독일의 몇 안되는 방송인, 인터뷰어이다. 특히 그의 인터뷰 방송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만한 저돌적인 질문과 논박이 오고간다. 그로 인해 1류급 정치인들의 입 바른 소리를 넘어서, 그들의 무의식에 있는 생각과 어떠한 진정성을 폭로하게 하는 큰 기여를 하였다.
그의 부모는 아우슈비츠에 감금되었으나 쉰들러리스트에 속한 절대절명의 행운으로 생존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경험을 가진 가족 사이에서 1956년 불란서 빠리에서 태어났으며, 9살에 부모를 따라 독일(Frankfurt am Main)로 이주하였다. 그는 의학을 접고, 법학을 다시 전공하여 변호사가 되고 1994년에 마인츠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CDU에서의 정치도 직간접으로 관여하였다. 특히 독일유대인 중앙회의(Der Zentralrat der Juden in Deutschland)의 부의장을 역임하였다.
내가 그를 안 계기는 방송인으로서 순전히 인터뷰의 저돌적인 질문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는 경험에 기인한다. 그러나 그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맥락이 연루되어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의 거친 질문에는 정치를 대하는 미디어의 긴장과 역할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즉 조작된 정치와 정치인의 그 입바른 소리와 모습에 시청자와 국민이 수동적으로 다시 조작될 수 있음을 그는 아주 선명하게 자각한다. 즉 그의 목표는 정치인의 얼굴과 그의 속깊은 의도 사이의 엇갈림을 인터뷰를 통해서 폭로하는 것이다. 그것은 대단히 성공적이었으며, 적어도 내가 보기에 독일에 어떠한 인터뷰 방송보다 그의 인터뷰의 파괴력과 긴장과 열정을 넘는 것은 발견하지를 못하였다.
어떠한 평론가는 프리드만이야말로 정치인의 진정성, 도덕성, 그리고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기여에 대해서 아주 저돌적으로 요구하고 주장하는, 몇몇 안되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라고 평가한다. 어쨌건 전통적인 인터뷰가 단지 정치인의 언로의 수동적인 창이 되고 확성기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면 말이다.
그는 아주 분명하게 독일의 반유대주의에 대해 저항한다. 예를 들어 반유대주의를 중심으로 뭴레만과의 아주 격정적인 사회적 토론을 프리드만은 지속하였으며 하버마스까지 토론에 참가할 만큼 2003년 독일 사회의 큰 파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의 토론의 적수였던 뭴레만이 급작스러운 비행추락사고와 더불어 그 또한 이러한 선명성과 저돌성으로 인한 주가는 2003년 매춘부와 코카인 사건이 사회적으로 폭로되어지면서 바닥으로 끝없이 추락하였다. 외관 뿐만 아니라 심성 자체도 맷집이 있어 보이는 그 또한 그의 공인으로서의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모든 책임을 물고 공직에서 사퇴하였으며 더 이상의 공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대중의 곁을 떠났다.
그는 그 사이에 언론인 Bärbel Schäfer와 결혼을 하였고 몇 주전에 자식을 낳았다. 1-2년의 침묵을 뒤로 하고 그는 정치관련 출판인으로서 1년에 60권이나 되는 열정적인 성과를 냈다. 그리고 2004년 말부터는 N24 방송에서 다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은 Phoenix라는 상당히 중요한 언론정치전문방송에서 그와의 인터뷰가 진행이 되었다. 그에 따르는 몇 가지 인상들을 여기에 남기고자 한다.
우선 그는 인터뷰어가 아니라 인터뷰이 즉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자로 그 자리에 섰다. 여전히 그의 말과 논지는 선명하였고, 개인적인 질문에 대하여는 아주 분명하게 사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대답과 직설적인 태도에 질문자인 Alfred Schier도 상당히 땀을 흘린 듯 하다. 즉 말하자면 쉬운 인터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들은 그냥 쓸데없이 흘러가는 버려지는 말들은 없었다. 대단히 정제되었으며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서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리고 그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정치적 입장을 아주 선명하게 개진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독일은 며칠전 아우슈비츠 60주년을 맞이하여 아우슈비츠의 현대사적 의미 그리고 독일의 과제에 대한 다양한 논제를 가지고 이 사회가 논쟁하고 있다. UN에서는 아우슈비츠를 인류에서 다시 경험되어서는 안될 분명한 과제로 인식하면서 특별한 시간을 내어서 다양한 중앙회의와 행사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 독일 외무부장관인 요스카 피셔는 바로 그 UN의 자리에서 독일의 역사적 반성과 세계평화 증진을 위한 미래적 과제를 선포하였다.
이러한 아우슈비츠의 악몽과 비극을 사회적으로 다시 들추고 새롭게 역사적 각성을 하는 것은 그만큼 독일의 성숙된 역사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점은 일본이 아주 크게 배워야 할 점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다양하게 나치를 옹호하는 NPD 당에 대한 법적인 규제와 폐지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개진되고 있다. 독일은 민주주의의 정신에 분명히 입각해 있는 나라이기에 그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통해 합법적으로 열린 사회적 권력과 공간을 국가가 제어하는 것은 사실 자연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60년 전에 독일과 세계와 인류를 죽음으로 몰고간 엄청난 마성의 흔적을 다시 쫓는 정치집단에 대해서 독일이라는 사회가 어디까지 그들을 허용할 수 있느냐를 문제삼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 프리드만은 유대인으로서 독일에 살면서 느끼는 반유대주의의 끊임없는 재현과 반복에 대하여 상당한 절망감을 갖고 있다. 그는 그의 재능과 열정을 바탕으로 이 독일사회에서 대단히 성공한 사람이며 그의 사회적 영향력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실망시키게 하는 독일에 자꾸 큰 환멸을 느껴가고 있다. 그래서 그는 독일을 떠날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의 시각에서 독일을 본다면, 전후의 그 뿌리깊은 반유대주의가 세대가 지나면서 점차 퇴각하고 새로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통합이 이루어질 줄 알았으나, 오히려 나치당이 새롭게 출현하고, 또한 더 이상의 독일의 반유대주의에 대한 알러지 반응은 과잉이라는 식의 입장들과 논쟁하면서 그는 많이 지쳤을 수도 있으리라.
프리드만은 귀환하였다.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언제 다시 프랑스나 이스라엘로 삶의 공간을 망명할 지도 모르는 프리드만의 여정이며, 미디어와 정치적 참여를 통한, 그의 독일 반유대주의자들에 대한 그리고 정치적 대립자들에 대한 맹렬한 비판과 공격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지속이 될 지에 대한 관심이다.
나는 방송인으로서 프리드만 만큼 거칠고 저돌적이며, 분명한 논지 위에서 명석하고 치열하게 분위기를 장악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한편으로 독일이 여전히 반유대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인터뷰어를 갖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성숙하고 생산적인 관계라 생각하며, 그것은 매우 부러운 점 가운데 하나로 판단된다.
첨가: 내가 기록한, 프리드만에 관한 몇몇 잘못된 정보를 정확하게 교정해주신 신원일 님에게 감사 드린다. (2005.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