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03 (11:20)
from
129.206.196.172'
of
129.206.196.172'
Article Number : 73
Geist
Access : 4427
,
Lines : 32
봄날은 간다
이렇게 봄날을 몇 번 보내고 늦게나마 사랑의 서정이 깊이 스며든 영화를 보게 되었다. 곱지만 아프게 그려진 그림과 같은 상우와 은수의 사랑과 번민. 원형적인 사랑의 기쁨과 번뇌는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기거하는 시인들만의 전유물이 결코 될 수 없다.
상우는 언제나 자연의 소리를 가까이 귀 기울이고자 하는 풋풋하고 선한 사람이다. 어느날, 할머니에게 치매라는 상처와 아픔을 남기고 지나갔던 사랑의 열병은 세월을 넘어 상우에게도 어김없이 관류한다. 그에게 다가온 사랑에 대한 태도는 할머니 만큼 단단하고 고운 결기가 깃들어 있다. 꽃은 지고 세월은 변해도, 사랑은 영원히 변할 수 없다는...
방송국 앞에서 그녀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 다리미로 잘 세운 어깨선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져만 간다. 그들에게 사랑이 문득 찾아왔지만, 바람에 날리는 봄날 벗꽃과 함께 결국 그들의 사랑은 어디론가 쓸쓸하게 사라진다. 상우는 변하지 않는 사랑을 가슴에 간직하며 자연으로 돌아가고, 은수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 위해 다시 길을 걷는다.
소리 없이 다가오며 지나가는 여름 소나기처럼 흠뻑 적시기에, 아름답고 그래서 더욱 슬픈 젊은 날의 사랑. 두 남녀에 있어 손이 베인 아픔과 같은 사랑의 추억과 그 여운들은, 상처가 아물고 사계절이 바뀌어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들과 우리 모두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