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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02. 16] 34. 가다머와 데리다





Hans-Georg Gadamer (1900-2002)

Akademischen Gedenkfeier
>Hans-Georg Gadamer und
die Philosophie des 20. Jahrhunderts<
am Sammstag, dem 15. Frbruar 2003.
Universität Heidelberg









1.

가다머를 보았고, 가다머는 죽었으며, 가다머는 다시 기억된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곳에 오기 7개월 전에 가다머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었으며, 2001년 10월에 가다머의 마지막 강연을 들었다. 가다머는 다음 해 서거하였으며, 오늘은 가다머가 서거한 지 1년을 맞이하여 하이델베르크 대학 학술원에서 큰 행사를 열었다. 주제는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와 20세기의 철학이었으며 오늘의 강연은 프랑스의 철학자 자끄 데리다였다. 맑고 차가운 햇살이 멀지 않은 봄을 알리는 토요일 오전 11시, 하이델베르크 대학 신강당에서 비공개로 개최된 행사였지만 정말 많은 학자와 인사들이 참여하였다. 나는 가다머 서거 바로 전에 그의 강연을 이 자리에서 들었으며, 오늘은 프로젝트로 벽에 비추인 가다머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2.

가다머 기념 강연은 음악 Biagio Marini(1594-1663)의 Passacaglio a 4 로 시작되었다. 예술은 북적한 시간 안에 머물러 있는 우리를, 영원함 안에 깃든 한 점으로 감지하게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 시간의 자리를 영원함의 빛 안에서 느끼고 체험하고 살아가게 한다. 짧은 10여분의 음악이 흐르는 동안, 나는 왜 내가 여기에 서 있으며, 머물고 있으며,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물음을 갖게 되었다. 신, 정신, 삶, 이런 영원한 가치들이 마음 안에 잠시 반짝거렸다.


3.

음악이 끝난 후 그 자리에 참석한 가다머의 미망인과 가족, 그리고 그를 회상하는 많은 청중을 향하여 총장 Prof. Dr.Dr. Peter Hommelhoff의 개회사가 있었다. 그는 가다머가 남긴 사상의 무게와 하이델베르크에서의 학문, 그리고 삶에 대한 회상을 하였다. 역사철학의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은 지 10년 만에 나온 진리와 방법(Wahrheit und Methode)가 사상과 세상에 던져준 의미들을 말 하였다. 그의 개회사 가운데, 가다머의 정신을 사로잡은 것은 단순한 학문의 관심에서 뿐만이 아니라, 학문을 위한 관심이라는 언급은 참 인상적이었다. 이는 해석학이 그저 학문의 한 분과가 아니라 학문 자체의 본질을 묻게 하는 메타 학문적 차원을 지시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가다머의 가족부터 그의 동료, 후배, 그리고 그의 인격과 사상을 공유하고 기억하는 저 학문적 인격적 경험의 공동체가 느끼는 정서라고 하는 것은 분명 나와는 다를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총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학술원 원장인 Professor Dr. Dr. Gisbert Freiherr zu Putlitz의 인사말이 진행되었다. 그들은 분명 가다머와 학문과 삶을 같이 공유했으며, 무엇보다도 가다머의 인격에 대한 체험을 많이 회상하였다. 가다머는 해석학적으로 '말함', '들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그는 말과 대화가 어떤 담백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몸소 주위 사람에게 영혼으로 느끼게 한 인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가다머를 회상하는 이 두 후배는 진정으로 가다머는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인격이었으며, 말함, 대화, 열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 인격이었다고 고백하였다.




Prof. Dr.Dr. Peter Hommelhoff
Rektor der Universität Heidelberg



4.

이후에는 바뎀 뷰르템베르크 주지사인 Erwin Teufel의 인사말이 있었다. 나는 기민당CDU 출신인 이 주지사의 정치적 입장과 태도와 이 주 안에서 진행하는 구체적인 역할들을 알지 못한다. 단지 그의 인사말에서 내가 느낀 부분만을 잠시 헤아려 보고자 한다. 우선 인사치례 인사말이라고 하기에는 한편의 무게 있는 논문을 읽는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위의 두 교수들의 초대사도 마찬가지로 본문을 준비해서 읽는vorlesen 일종의 한 편의 소논문이었지만, 이 주지사의 말의 시간은 더욱 더 구체적으로 가다머가 이 사회에 남긴 문화적 정치적 의미들을 아주 명료하게 헤아린 시간이었다.


5.

가다머는 그저 학문적인 차원의 새로운 장을 연 것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사회와 문화, 특히 본인이 몸담고 있는 정치문화에도 큰 기여가 되었음을 그는 강조하였다. 대화와 인내의 데모크라시, 그리고 인간성을 기반으로 한 대화 정치의 모색은 가다머의 사상이 남겨준 또 다른 빛나는 단편이었다. 즉 가다머는 인류의 휴머니티가 결코 도그마틱한 강령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열림에서 얻어짐을 확신케 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가다머를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즉 그는 가다머를 우리 문화가 도그마와 회의론 이 양자에 몰입되지 않을 수 있는 제 3의 길을 연 새로운 정신으로 규정하였다. 인류의 휴머니티의 갱신과 성숙은 우리에게 남겨진 전승과 전통을 충실하게 대면하고 대화하면서 잘못된 전통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아가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갱신과 성숙은 말하자면 인간의 자유와 연대Freiheit und Solidaritaet의 지향이다. 그는 해석학을 [세상에 대한 사랑Weltliebe]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므로 이해라고 함은 다른 이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존중함을 의미한다. 다른 문화를 내 안으로 깊이 끌어들이는 행위가 이해이다. 또한 지평융합Horizontverschmelzung은 진정한 공동체적인 언어와 문화를 우리가 협력하여 만들어 나가는 가치있는 행위로 이해하였다. 바로 가다머의 관심과 노력은 인류의 행복에 대한 동경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하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긴 가다머의 교훈은 바로 이러한 행복에 대한 동경이 문화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경이라고 강조하였다. 우리가 그를 잊어버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건네었다. 결코 짧지 않은 인사말이었지만 그는 가장 큰 박수를 오랫동안 받았다. 독일의 정치문화가 힘의 논리로만 처분되지 않고 심화된 합리성과 지적 정당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Erwin Teufel
Ministerpräsent des Landes
Baden-Würtemberg



6.

이후로 철학과 교수인 Prof. Dr. Rudiger Bubner는 오늘 강연자인 자끄 데리다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끄 데리다와 가다머의 관계, 그리고 데리다의 핵심인, 언어의 불연속성과 가다머의 강조점인 언어의 연속성의 관련성을 사상적으로 서술하였다. 데리다의 소개시간이 끝나고 백발의 그는 연단에 등장하였다.


7.

데리다의 오늘 강연 주제는 "Le dialogue ininterrompu: entre deux infinis, le poeme" 이며 독일어로는 Der ununterbrochene Dialog: zwischen zwei Unendlichkeiten, das Gedicht 였다. 강연 원고는 독일어 번역본이 미리 마련되었다. 데리다는 강연을 독일어로 시작하였으나 무엇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로 말을 짜르니 청중들이 폭소하면서 다시 강연은 불어로 이어졌다. 나는 고등학교 때 불어를 잠시 배운 경험 밖에 없어서 참 난감하였다. 오늘 강연은 데리다보다는 한 시대의 철학 선배이자, 차이와 불연속을 강조하는 본인의 사상과 가장 대립적인 자리에 서 있는 한 시대의 철학 사상과의 관련성과 대화가능성이 부각된 듯 하다. 데리다는 이미 라깡 뿐만이 아니라 가다머와 대화하고 논쟁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데리다에 있어서 가다머의 사상은 근원적인 우울함Melancholie으로 인식된다. 그 우울함의 근원이 그의 사상 어디에 기인하는지의 정체를 데리다는 추적해 들어간다. 약 32페이지의 논문, 그러나 각주가 거의 없는 논문은 고전어 및 여러 언어에 대한 안목을 바탕으로 문헌에 감추어진 어떠한 균열과 암시 흔적들을 응시하고 창조적으로 예리하게 읽어내는 데리다의 지적 개성을 암시 받게 하였다. 거기에는 하이데거, 가다머 그리고 파울 첼란과 휄더린 등의 시가 인용되었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데리다는 차연(差連)에 대한 독특한 감각을 가지고 그 사상들의 그림자를 짚어내면서 뉘앙스를 읽어냈을까 하는 물음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허락되면 속속들이 논문을 통하여 내가 이해하지 못한 이 둘 사이의 긴장과 갈등과 대화의 가능성을 탐독하려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7.

언어의 불연속성에 대한 심화된 이해, 그리고 풀어낼 수 없는 언어의 얽혀 있는, 균열의 지도를 그려내는 데리다의 그간의 지적 작업은 사고와 문화의 견고한 결합, 그리고 그로 인하여 형성된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문화적 코드 양식 덕분에, 한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이해/오해의 쟁점을 뇌관으로 간직하고 있다. 소칼 논쟁과 프랑스철학에 대한 양 극단적인 논쟁들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정작 유럽에서 중요한 것은 데리다는 그 나름의 독특한 사상적 지형을 그들의 문화 안에서 만들어 나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예각화된 자리에서 주위의 사상과 더불어 비판하고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한 문화적 풍요로움은 충분히 존경하고 귀하게 여겨야 할 만한 것들이다. 어찌 보면 가다머의 사상과 정 반대의 노선을 걸어가고 있는 데리다가 가다머 회상을 위한 강연을 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얼마나 가다머가 대화의 철학에 무장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면이기도 하다. 오늘 강연에서 데리다는 가다머와의 대화를 고민하고 있지만, 가다머는 이미 그와의 대화가 자신의 사상과 정신 안에 이미 구현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심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예상했지만, 데리다의 발음은 또박또박하며 템포는 약간의 속도감과 더불어서 정제되었다. 데리다의 길고 긴 불어 향연의 와중에, 논문을 읽으며 여러 단상을 얻게 되었다. 어느덧 강연은 끝났고, 청중은 박수로 화답하였다. Franz Schbert의 Streichquintett C-Dur 956, 2. Satz Adagio로 오늘의 가다머 회상 강연은 막을 내렸다.





8.

강연 시작 전 청중을 가운데로 하여 큰 홀을 데리다는 제일 마지막 입장하였듯, 그를 초대한 故 가다머와 박수로 경의를 표하는 청중을 조용히 가로질러 백발의 그는 다시 그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가다머와 데리다, 살아있는 두 전설은 이제 헤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올 다음의 긴 대화를 기약하고 있었다.











Professor Dr. Jacques Derrida










Mendelssohn | Ada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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