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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1 (18:58) from 80.139.167.113' of 80.139.167.113' Article Number :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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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5. 01] 43. 과학과 신학 2 : 은유로서의 숲







버스를 타고 조금 낯선 시내의 주택가를 지나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그 주택가에는 유독 정원과 나무들이 많았다. 초록이 회색과 경합하고 있었다. 연달아 옛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느 겨울 아주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나뭇잎 하나 달려있지 않은 앙상한 나무들 또한 나를 빠르게 지나갔다. 그 나무가지들이 환경과 경합하면서 자기조직화 하여 자라난 형태가 아주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준 적이 있었다. 꼭 폐를 구성하는 미시적 조직들과 같았으며 작은 물방울을 뒤집어 대지 위에 세워놓은 듯한 인상 또한 받았다.

나무, 숲은 무엇인가. 인간의 입장에서는 환경의 공기를 맑게 걸러내는 폐와, 또한 혈액의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신장과 같다. 어떤 의미에서 거시적인 세계의 구조는 인간의 신체 구조와 매우 유비를 지니고 있다. 숲이 파괴되면 우린 숨 쉴 수 없고, 폐가 파괴되어도 우리는 숨 쉴 수 없다.

성서에서 피조물이 신음한다고 할 때, 거기에서의 피조물은 거시성의 세계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심지어 오늘날의 과학시대에는 미시적인 세계의 패턴 또한 거시적인 패턴과 어떠한 상응성을 갖고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프랙탈의 무늬와 신체 내장의 무늬, 그리고 꼭 폐의 거미줄을 대지에 세운 나무들의 거대한 조합인 숲, 이것은 시각적인 은유를 넘어서, 세계에 대한 어떠한 본질적 통찰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숲은 자연의 숲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나와 관련한 은유가 된다. 말하자면 내 안에도 숲이 있다. 나는 우주가 정신과 몸으로 체현된 사건이다. 이러한 논증은 세상과 자아에 대한 사랑 사이의 뿌리깊은 분리를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주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된 자기애, 그것은 착각이다. 자아만의 사랑은 우선 자신만을 살릴 수 있을 지언정, 결국은 자멸과 공멸의 첫 단추이다. 숲과 자연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게 우리들의 도덕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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