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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4 (03:22) from 129.206.197.45' of 129.206.197.45' Article Number :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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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리학



색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자연광에 반사되어 드러나는 대상의 어떠한 시각적 특성과 패턴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는 색은 대상 자체Ding an sich의 특성이기 보다는 그 색을 드러내고 보장하게 하는 외부의 요소에 의해 드러나는 관계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색은 대상의 요소라고 하기 보다는 대상을 비추이는 어떠한 조건(특정한 태양광 혹은 조명)에 의하여 구현된 대상의 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구분에 의하면, 색은 현상적이며, 우리가 위에서 언급한 대상은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과 본질에 대한 보편적 함의는 色은 단지 빛의 특성을 넘어서서 현상계 전체를 지시하는 색(色)을 의미하고 그 현상계를 넘어서 존재하는 본질계 전체를 공(空)으로 지시한다는 동양의 색공 관념으로 구현되어 왔으며 이 현상과 본질의 관계를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는 관계로 이해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色의 문제는 단순한 시각적 채도와 명도와 밝기를 넘어서 존재하는 것들의 현상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의미의 색리학(色理學)은 바로 이러한 현상과 본질의 문제, 감각과 관념의 문제라는 형이상학적 고민을 색이라는 인간 경험과 연결시켜서 고려하려는 하나의 서설적 노력이다. 여기에서 나는 검은 색(色)을 예로 들면서 이 색리학의 문제가 어떠한 형이상학적이고 인식론적인 문제들을 담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리는 검은 색의 옷(대상)을 본다. 그러나 그 옷의 검은 색은 원래 그 옷의 본질이 아닐 수 있다. 단지 대상은 모든 빛을 흡수하는 그 어떠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검은 색은 밖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 모든 빛을 흡수하는 그 어떠한 특성과 동일시 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검은 색과, 검게 하는 본질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구분해야 할 만한 근거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그 모든 빛을 흡수하는 그 요소는 무엇인가? 그 요소에 대해서 그것은 '검은 색'이기 때문에 빛을 흡수한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선취논점의 오류이다. 즉 색리학은 구체적으로 검은 것을 검게 하는 어떠한 본질적 요소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의 문제이며, 그러한 요소는 우리의 현상과 어떠한 관계와 차별로서 기능하느냐를 따지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고려될 수 있는 것은, 그렇다면 모든 것을 흡수하는 특성을 지닌 대상은 어떻게 출현하는가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우리는 검은 염료를 사용하여 하얀 치마를 검게 채색할 수가 있다. 그러면 그 치마는 빛을 흡수하게 되어서 검은 치마로 보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하얀 치마를 검은 치마로 바꾸었다는 의미를 지닐 뿐이지, 검은 색 자체를 창조했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즉 검은 색 자체는 우리 현상계에 어떻게 관계되며 우리는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느냐를 문제 삼는 것이다. 우리는 검은 염료를 통해서 검은 치마를 창조할 수 있지만, 검은 색 자체는 창조할 수 없다. (사실 여기에서 예를 든 시각적 의미의 색의 문제를 마음과 인간과 우주의 문제로 확대해서 해석하면 그것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관념들, 즉 우정, 사랑, 미움, 증오, 존경, 멸시, 슬픔, 기쁨, 평화 라고 하는 관념들이 어떻게 우리의 경험 세계와 관련을 맺고 있는가 하는 문제로 확장이 된다.)

즉 색리학은 색의 이치에 대한 관심을 다룬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색은 시각적인 의미를 포함한 현상계의 의미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형이상학적 의미의 현상계와 본질계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색은 이렇게 색과 공의 문제만으로 공허하게 제한될 수 없다. 인간은 특정한 색에 특정한 정서로서 반응한다. 그러므로 색리학은 인간의 마음이 어떠한 특정한 시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문제삼는다.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색의 문화사와 연결이 된다. 즉 인간의 특정한 색에 대한 반응은 본연적인가 아니면 문화적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특정한 문화에 있어서 검은 색은 피해야 할 부정적인 색일 수도 있고 또 다른 특정한 문화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색상학(色象學)이라고 하는 분과에서 색 경험과 정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면, 색리학 또한 색상학에서의 문제제기와 논의가 의미 있는 분과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색과 색에 대한 정서적 인지가 문화사적인 관점 속에서 그리고 인간의 상징체계에 관련하여 고려 된다면 색리학은 색상학적인 문제제기 보다는 조금 더 문화학적이며 형이상학적 영역으로 확대된다고 말할 수 있다.

색리학의 문제제기와 과제를 요약한다면,

1) 색色 현상이란 무엇인가?

2) 대상과 색의 관계란 무엇인가?

3) 대상의 색과 빛(파동)과 인지하는 주체와의 관계란 무엇인가?

4) 색을 가능하게 하는 특성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색은 창조되는가?

5) 색깔과 그에 대한 인간의 정서는 어떠한 함수를 지니나, 그리고 그 정서는 보편적인가 문화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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