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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6 (07:48) from 129.206.196.171' of 129.206.196.171' Article Number :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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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대학의 과제


독일은 영미 대학의 지적 자본의 물량공세라는 급속한 경쟁의 대세에 밀려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판단이다. 이 와중에 며칠 전 내가 독일에서 다니고 배우고 있는 대학의 총장과의 포럼을 교수, 그리고 30여 동료들과 함께 가졌다.



 
△ 교육과 대학의 과제 ⓒ Google


독일에서 새롭게 논의되는 학비 받는 문제, 그리고 대학 간의 학과 거래 및 통합, 또한 영미의 엘리트대학이라는 모토에 대항하는 독일의 새로운 대학 이념의 구상이라는 다양한 주제로 논의는 진행되었다.

요는 그것이다. 총장의 견해에 의하면, 이 대학도 유명한 영미대학과의 챔피온 리그에 지치지 말고 노벨상을 포함하여 대학경쟁력에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 주정부가 대학통장에 입금하는 돈을,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그리고 챔피온 리그의 좋은 성적을 내기에 가장 근접한 의학이나 과학 쪽으로 투자하고 육성하자는 것이다.

이 말은 외형적인 성과를 내기가 정말 쉽지 않은 신학 철학 인문학 혹은 비실비실한 과에 돌아갈 자금을 그나마 성과가 잘 드러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곳에 몰아주자는 것이다. 며칠 전 진행되었던 이 대학과 다른 대학 간의 학과 통폐합을 합리화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사실 독일대학이 이제 없는 수업료도 새로 내야 할 상황이고, 세계의 경쟁력 있는 대학 간의 무한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대학 개혁에 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몇 년 사이에 Elite University에 관한 독일의 사회-교육적 쟁점에 관한 논쟁과 글은 여전히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 교육과 대학의 과제 ⓒ Google


문제는 이 대학개혁이 영미의 챔피온 리그의 프레임에 맞추어져 가고 있다는 개인적 느낌을 받아, 그간 독일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을 위하여! 그리고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 하는 선입견이 자꾸 깨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무한 지식경쟁사회에서 대학과 학문을 일렬종대로 세우고 그 성과를 수량화 계량화하여 노벨상은 물론이고, 챔피온이 되겠다고 하는 눈물겨운 노력이 나의 눈에 있어서도 그렇게 건강하게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잘 투자해서 몇 개 노벨상을 타면 대학의 이름 전체와 점수가 상승하기 때문에, 그 노벨상을 위해 희생했던 몇몇 약체 분과의 댓가는 그 희생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총장님의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귀한 총장을 모신 그 청문회 비슷한 성토대회 덕분에 총장에 대한 인식을 늦게나마 ‘교정’한 몇몇 동료들도 생겼다.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서울대 본고사 부활에 대한 논의는, 흐름을 딱 보니, 그나마 이러한 독일 대학 총장의 낯설고 이해하지 못할 발상보다 더 웃긴 발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진통하는 독일대학교육 (Elite University?) ⓒ die-corps.de


독일 대학의 총장은 그나마 영미의 지식패권사회에 대항하는 자국의 지적 문화적 학문적 이익에 관한 논의이지만, 서울대 본고사에 관련된 정 총장의 논의는 좋은 학생들을 어떻게 뽑아서 대학을 운영할까에 대한 이기적인 발상 이상의 것도 이하의 것도 아닌 것이다.

문제는 그 본고사 제도가 좋은 학생 뽑기의 결정적 변별력과 관계가 있는냐를 넘어서서, 이렇게 좋은 학생을 잘 뽑는 것이 한국 전체의 대학 발전과 학문 발전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데에 있다. 오히려 장해가 되었으면 될 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독일의 세계 최고의 학문을 구가하려는 대학 챔피온 리그에로의 진입 징조도 사실은 씁쓸한데, 무한한 학문 경쟁사회에 직면하여 한국의 학문 경쟁력을 도모해야 할 대표적인 대학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망스러운 것이다.


 

△ 엘리트 대학 정책에 저항하는 대학 구성원 ⓒ DPA


차라리 우리 서울대학 총장님의 고매한 고민이 그나마 내가 비판하는 독일 총장의 고민만도 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한국 대학의 서열문화로 인해 형성된 일류의식, 엘리트 의식은 자신이 일류라는 페르소나에 안주해 있기 때문에 게을러질 수 있고, 그 외의 수많은 타자들은 끊임없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기 때문에 평생 슬퍼하고 절망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것은 아쉽게도 국가적으로는 전혀 효율적이지 못한, 모두가 망하는 재앙의 지름길이다. 육신만 멀쩡하다고 해서 건강한 게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의 육신이 아무리 멀쩡해도, 정신의 지수를 하락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바로 이러한 대학의 뿌리 깊은 서열문화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공동체성과 평등의 정신을 잠식하고 파괴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바로 다수의 핏값으로 이루어진 대학의 피라밋 서열문화와 한판 큰 격돌을 할 것 같다는 고요한 전운 속에서 다음의 생각이 든다.

노무현이 구상하는 교육 프레임은 이런 면에서 단기적으로는 진통하는 한국 일류지향사회와 기형적인 지식서열사회에 대한 해체와 동시에, 더 나아가서 영미 독일 및 여러 나라가 대세로서 지향하는 지식 챔피온의 대열경쟁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진정 인간에게 교육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인류를 위한 견실한 경쟁이 무엇인지를 고유하게 구상하고 확고하게 하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

왜냐하면 한 국가의 교육 프레임의 전환과 효과는 남은 노무현 정권의 시기나 그 이후 몇 년 사이에 바뀌어지는 문제는 분명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생각하면 슬픔이 밀려오는 이 시기에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김동훈 님의 글을 마지막으로 옮겨본다.


“우리의 명문대는
사실 몇 십년 간, 피지도 못하고 떨어져간
수많은 청소년들의 핏값을
딛고 서있는 것입니다.”






링크 : 서프라이즈 (200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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