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iothek zum Wissen





2007/07/11 (12:55) from 84.173.185.174' of 84.173.185.174' Article Number : 295
Delete Modify Geist Access : 9198 , Lines : 62
종말에 대하여
Download : 20070711.pdf (83 Kbytes)



종말은 끝을 뜻한다. 기독교의 종말론은 궁극적인 끝, 즉 인류와 세계의 마지막은 어떠한 모습인지를 성찰하는 가설이다. 기독교의 종말론에 대한 역사와 가설은 너무나 다양하고 풍부하다. 그만큼 실재의 궁극적 본성을 성찰하는 종교적 시선과 사변이 마지막 대면하는 무거운 주제가 종말론에 얽혀 있다.

나의 생명은 약 60조 개의 세포가 이합집산하면서 드러나는 고도의 유기적이고 창발적인 사건이다. 물론 나의 의식은 나를 구성하는 60조 개의 세포의 생성과 소멸을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 없다. 수많은 피부세포들이 죽어야 눈으로 피부 조직의 괴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일 뿐이다. 이 세포도 시작과 끝이 있다. 80일마다 우리 신체의 모든 세포의 반이 죽고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 나의 정보는 존재하지만 그 정보를 지탱하는 물리적 세포는 완전히 교체가 된다는 것이다.

사실 죽음은 나를 지탱하는 세포단위의 소멸만 존재하지 새로운 생성이 더 이상 후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때를 말한다. 그러므로 세포의 소멸, 그리고 세포의 이합집산으로 구성된 기관, 그리고 의식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상위조직과 기능의 종결이 나의 죽음이다. 나라는 생명단위에서 이러한 사태는 나의 종말이라고 불려질 수 있다. 그리고 세포단위에서 사멸 또한 세포의 종말이라고 불려질 수 있다.

탄생과 종말의 문제는 결국 특정한 사건의 시작과 끝의 의미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어떠한 사건이 탄생하였으면 그것은 언젠가는 종결한다. 하지만 그 마감은 사실 무화는 아닌 듯 하다. 사건은 사실 환경에서 구현된 것이지만, 다시 타자와 환경으로 기여된다. 그리고 하부단위의 사건들은 상부단위의 사건으로 새롭게 발현된다. 그러므로 사건은 안에서 밖으로의 기여, 아래에서 위로의 기여를 궁극적으로 품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종말은 일종의 수평적 수직적 기여이다.

종말이라는 개념이 일반성을 지니는 이유는, 이 세상의 모든 사건이 영원히 존속하지 않음을 말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사건의 종결 자체는 사건의 본성에 속하며, 모든 실존의 본성에 속한다. 그것은 사건의 영향력 자체가 종결되었음을 말한다. 그러나 그 종결은 수평적 외면과 수직적 내면의 관점에서는 일종의 정보의 성격으로 부여된다.

예를 들어 시신경의 특정한 세포들이 급작스럽게 행위를 종결하는 순간 시각정보를 종합하는 뇌와 의식은 시각적인 변화를 얻게 될 것이다. 북극의 빙산들이 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해 녹아 사라질 경우, 그로 인한 생태적인 변화와 영향은 분명히 존재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여기에서 시신경과 빙산의 종결과 종말은 그 자체의 차원에서 종말의 의미를 얻는 것 보다는, 거시적 의식과 생태적 체계에서 의미를 부여 받는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모든 개체는 시작과 끝, 창생과 종말이 존재하지만, 그 종말의 ‚의미’는 전적으로 종말의 당사자의 내부에서 발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종말과 관계한 수평적 타자와 수직적 상위체계에서 그 종말의 의미를 해석해 내는 것이다.

기독교는 삶과 생명을 하나의 드러난 사건으로 인식한다. 그것은 결코 자의적이거나 자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삶과 생명이 가능한 근저가 있기 때문에 삶과 생명이 탄생되는 것이다. 이러한 근저와 사건, 환경과 체계, 창조자와 피조물의 존재론적 구분은 이원론적이기 전에 실재론적이다. 우리는 어떠한 근원적 실재에서 출현한 사건이라는 사실은 기독교 창조론의 핵심이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삶에서의 행위는 언젠가 마감될 것이다.

세포단위의 사건의 생성과 소멸은 세포를 둘러싼 환경과의 소통이라는 유기적 행위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물리적 메커니즘의 정조를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하부단위의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존재하는 상부단위의 인간의 삶, 문화,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범주는, 물리적 메커니즘보다는, 뜻과 의미와 목적이 더욱 더 중심적인 문제가 된다. 세포는 환경과의 교호 속에서 생물학적 생명력과 존재감의 확보에 주력한다면, 인간의 마음과 영혼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구원을 고민한다. 여기에서 구원은 큰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나는 내 삶을 잘 살 수 있을까? 내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일까?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어떠한 방식으로 사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더 나아가 나의 생명의 모태가 되는 저 무한한 자연의 본성은 무엇이고, 그 본성 앞에 나는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

바로 이러한 질문에 이미 우리 삶의 구원에 관한 물음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이러한 상위체계의 질문은, 나를 구성하는 체세포가 어떻게 환경을 저항하며 생존하려는 메커니즘과 다를 바 없는 패턴이기도 하다. 즉 개체의 생존을 고민하는 하위체계, 그리고 그 하위체계에서 창발한 상위체계는 개체를 포함한 환경 전체와의 조화에 대한 물음을 본령으로 한다. 하위가 개별화에 의거하여 작동한다면 상위는 통합에 의거하여 작동한다.

구원은 사실 대단히 고도로 문화화된 종교적 터미놀로지이다. 그러나 그러한 분화의 미시적 발생사를 헤아려본다면, 세포의 자기존속과, 자아가 지향하는 조화로운 삶과 연속적인 지평에 서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 삶에 있어서 구원에 대한 고민은, 삶이라는 체계내부에서 출현한 일종의 특이점과도 같다. 그 특이점은 결코 체계 내부에서 출현하였지만, 체계 내부로 근거될 수 없는 점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체계에서 나온 체계에 대한 의문부호와도 같으며, 우리는 그 물음을 언젠가는 체계 내부에서 해명하려는 의지를 지닌다.

우리 삶에서 나오는 구원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질문의 성격으로 존재하며, 그 내용은 여전히 비어 있다. 구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구원은 이미 내재적으로 우리에게 있으며, 구원의 내용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보증되지 못하기 때문에, 구원은 아직 초월해 있다. 기독교 신학의 중요한 형식논리인 내재와 초월의 이중성은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에게 구원은 이미 존재하며, 동시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구원은, 바로 우리가 구원을 소망한다는 사실에 의거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구원은, 바로 우리의 구원은 우리의 모든 종결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소망에 의거한다. 피조물의 구원은 더 근원적인 창조주의 지평 속에서 확정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궁극적 구원은 시간적으로 미래에서 도래하는 것이다. 체계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하위 체계의 행위와 사건에 대한 상위 체계의 평가는, 시간성의 은유에서 헤아려볼 때 미래에서 도래하는 현재에 대한 심판으로 드러난다. 모든 구원은 나보다 높은 곳에서, 나의 현재보다 미래의 시간에서 도래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종말은 심판과 구원을 그 특징으로 한다. 기독교의 종말은 바로 존재하는 개인의 삶이 어떠한 방식으로 직조되었는지를 평가한다는 데에 그 핵심적인 의미가 있다. 그 평가를 통하여 한 개인의 삶의 종말은 타자와 상위의 삶으로 계속 이어지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기독교 문화 가운데 발화되는 „천국“과 „지옥“ 그리고 „영원한 불멸의 구원“, 모든 생명과 지구가 다 끝장나는 „불바다의 종말“이라는 어법들은 기독교의 종말론이 담고자 하는 핵심적인 정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의 종말론은, 창조주의 시선에서 구원을 소망하는 피조물들의 삶, 그리고 환경에 가하는 영향력에 대한 더 높은 차원의 의미 부여를 뜻한다. 의미부여를 통하여 모든 피조물들의 종말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게 되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불의와 정의를 둘러싼 개인과 인류와 세계의 종말이라는 기독교만의 특화된 도덕적 담화가 오히려 더욱 빛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 2007년 7월 11일에 쓰여진 <종말에 대하여>는 2012년 4월에 출간된 다음의 책의 내용으로 보완 수정되어 출간되었다.

전철, "종말: 신체적 종말과 영원한 생명의 묵시적인 이중나선" <교회에서 알려주지 않는 기독교 이야기> (도서출판 자리 / 2012.4), 107-118.


  















Backward Forward Post Reply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