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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7/17 (23:40) from 203.252.18.128' of 203.252.18.128' Article Number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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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 Ferry의  L homme-Dieu ou le Sens de la vie
Luc Ferry의 L'homme-Dieu ou le Sens de la vie가 "신-인간, 혹은 삶의 의미"로 번역이 되었다. 제목의 매력에 기인하여 작년 가을에 서점의 책을 집으로 옮겼고, 결국 어제 오늘 읽었다.

프랑스 사상가들은 다 이런가. 서로 이질적인 다양한 사상과 정신들이 합종연횡을 이루며 형성되어지는 하나의 그림에, 새삼 놀라워 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이 책에서 그 강렬함의 폭죽은 비교적 거세된 느낌이 감돌았다. 그럼에도, 철학과 신학과 형이상학이 묘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었다.

뤽 페리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인간 주체에 대한 새로운 독해는, 요즘 내가 고민하는 '주체성'의 문제를 더욱 더 풍부한 역사적 철학적 사례 속에서 구체화 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역사를 넘어서는 철학이 기본적인 철학의 정신이라면, 역사를 배제하는 철학이 진정한 철학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나는 은밀하게 범하지 않았나. 혹은 진정 역사를 넘어서고 부유할 때 출현하는 그 철학적 정신에 대하여 내심 동의는 하지만 본인이 직접 그려내지 못하였던 것은 아닌가. 뤽 페리는 철학에 역사를 그려내자는 교훈을 나에게 말하고 있다.

뤽 페리의 주체, 혹은 인격에 대한 기술은 레비나스의 인격에 대한 이해와 상이한 지점에 서 있다. 레비나스의 인격에 대한 이해를 상대화 할 수 있는 비판의 자리가 뤽 페리에게 있다면 구체적으로 그 자리는 무엇인가.

뤽 페리는 철학자이다. 그러면서 신학적인 문제를 풍부하게 건들고 있다. 아니 그는 어쩌면 신학자이다. 철학자가 신학의 문제를 건드는 건은 당연하다고 본다. 오히려 나의 관심은 우리의 신학이나 신학자의 저서 가운데 저러한 방식으로 하나의 문제를 정말 깊이 심도있게 이끌어 나아가서 온갖 다양한 지적, 정신적 영향사와의 교감 속에서 자신의 관점을 일관되게 풀어낼 수 있는 모델이 있느냐라는 것이다. 우리 선배들의 대부분의 신학적 저술은 어떠한 한 학자나 사상의 연구로서만 마감되거나 혹은 번역으로 출간된다. 또 저술의 대부분은 논문을 한 통에 담은 단행본으로 출간될 뿐이다. 언제까지 전통을 정리만 하고 살 것인가. 정말 똑 부러지는 소리가 담겨 있는 저서가 한 권 나왔으면 좋겠다. 그 한권 때문에 파면을 당하고, 혹은 교수직을 박탈 당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신학의 세계의 폭탄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뤽 페리는 어떤 권위도 단호히 거부한다. 신은 인간화를 향해 치닫고 인간은 신성화를 향해 치닫는다. 인간 안에 있는 그 불꽃, 그것을 꺼트리면 신도 죽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의 주조음에 기인하였을까? 이 책은 프랑스 인권문학상을 수상 받은 책이라 한다. 7-80년대는 정치권력의 함수 속에서 나뒹구는 인권의 문제가 우리의 고민이었다. 오늘 우리는 싸늘한 경제조건 속에서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인권과 인간의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역사상 최고의 수출액의 기록을 깨트린 작년이었지만, 올해에는 작년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실직에 휘몰릴 것이라고 예견한다. 우리는 처참히 박살나고 있는 인권의 역사를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첫 장은 '엘리자베트를 위하여'라는 헌사가 기록되어 있다. 나는 아직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한 이유도 있고, 레비나스와는 다른 변주를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혹은 내가 생각하는 주체성과 뤽 페리의 인격이 어떻게 상응하고 헤어지는지를 다시 짚어보기 위해서라도 일 독을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책이다. 낯선 저자에게도 감사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199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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